도서관에서 책만 빌려 읽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이 아니라 카페, 영화, 디지털 체험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색다른 매력으로 시민들의 발길을 이끄는 용인시 공공도서관들을 소개한다.

▲한숲물빛공원에서 바라본 남사도서관

▲산 모양을 연상시키는 남사도서관의 외관

■ 열 두 달, 꽃과 책이 어우러진 ‘남사도서관’

처인구 남사면 아곡리 한숲시티 아파트 단지 인근에 위치한 남사도서관은 산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과 카페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세련된 내부 공간으로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남사도서관은 바로 옆에 한숲물빛공원이 위치한데다 용인시의 대표 화훼단지가 근교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 특성화 주제를 ‘원예’로 정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에 어울리는 식물을 배치해 도서관에 들어서면 마치 식물원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가장 큰 이유다.  

또 플로리스트로부터 직접 식물을 활용해 장식하는 법을 배우는 ‘꽃꽂이 동아리’를 연중 운영하고,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읽고 꽃과 식물로 작품을 만드는 ‘그림책 독서 원예’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남사화훼단지와 협력해 연 4회 ‘분갈이 클래스’를 운영, 가정에서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남사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있다.

■ 맹꽁이와 함께하는 사계절 지구별 지키기 ‘서농도서관’

지난해 9월 개관한 기흥구 서천동의 서농도서관. 도서관 건립 당시 멸종위기 2급 보호종인 맹꽁이 서식지가 발견됐다. 용인시는 2300㎡(약 700평) 규모의 맹꽁이 습지를 원형 보존하며 '자연과의 상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도서관을 완공했다.

▲2급 보호종 맹꽁이 생태 습지가 잘 보존된 서농도서관

이를 내세워 서농도서관은 ‘맹꽁이와 함께하는 사계절 지구별 지키기’를 특성화 주제로 정해 생태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8월에는 숲 해설가와 어린이들이 함께 도서관 옆 맹꽁이 생태습지의 여름 식생을 탐구하는 ‘맹꽁이 숲놀이 학교(6~7세 대상)’와 어항 모양의 아쿠아젤 캔들을 만들어 보는 ‘생태미술교실(초등학교 1~2학년 대상)’을 운영한다. 오는 10~11월에는 단국대학교와 협업해 생태·환경을 주제로 하는 인문학 강좌 ‘하늘, 땅 그리고 사람’(5회)을 개설해 일반 이용자들에게도 심도 깊은 강의를 선사할 예정이다.

▲서농도서관 외관 모습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4월 재개관한 수지도서관

■ 4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디지털 창작소 운영, 수지도서관

수지도서관은 7개월간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새로운 형태의 ‘복합지식문화공간’으로 탄생했다.

지난 4월 재개관한 수지도서관은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스마트 라이브러리 시스템을 도입해 미래지향적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고, 디지털 큐레이션(2층 홀)으로 도서 추천 등이 가능하도록 했다. AI 시스템을 도입해 자율주행 라봇(LaBot)이 어린이실에서 도서관 내부를 돌며 책을 이동‧배달하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특히 3층 디지털 창작소는 용인시 최초로 가상·증강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VR·AR체험관’과, 3D프린터나 레이저 커터기 등을 활용해 개인의 창작품을 출력할 수 있는 ‘메이커스페이스’, 개인 유튜버들이 직접 영상을 촬영해 편집·제작할 수 있는 ‘미디어창작실’을 갖췄다.

수지도서관은 이런 인프라를 기반으로 특성화 주제를 ‘4차 산업’으로 정했다. 3D프린터나 레이저 커터기, 방송 장비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기초 장비 교육부터 실제로 개인의 창작물을 출력해 보는 실습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운영되고 있다.

▲수지도서관에 조성된 미디어창작실 모습

7~8월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2D 소프트웨어(일러스트레이터&포토샵) 디자인 강좌’를 8회에 걸쳐 운영한다. 중·고등학생을 위해 3D모델링과 3D프린터 기초를 배우는 ‘4차산업혁명과 3D프린터’, 전자 설계 원리를 배우고 이를 통해 간단한 원하는 제품을 제작해 보는 ‘찾아가는 우리동네 메이커:아두이노 기초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 다양한 키워드로 차별화된 프로그램 발굴, ‘특성화 도서관’

용인시 관내 15개 공공도서관은 모두 특성화 분야를 가지고 있다. 용인시 도서관사업소가 도서관이 특별한 전문 영역을 개척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특성화도서관’ 운영을 결정하면서부터다.

▲용인시 공공도서관들은 각각 특성화 주제를 정하고 있다. 사진은 '4차 산업'을 키워드로 운영하고 있는 수지도서관에서 도서를 배달하는 자율주행로봇 라봇 모습

▲용인시 공공도서관들은 각각 특성화 주제를 정하고 있다. 남사도서관의 키워드는 '원예'이다. 사진은 식물이 가득한 남사도서관 독서공간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

각 도서관들은 특정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중앙도서관은 ‘사회적 약자’, 포곡도서관은 ‘예술’, 동백도서관은 ‘육아’, 보라도서관은 ‘전통’, 모현도서관은 ‘애니메이션’, 구성도서관은 ‘실버’, 죽전도서관은 ‘다문화’, 기흥도서관은 ‘진로·취업’, 흥덕도서관은 ‘건강’, 상현도서관은 ‘심리’, 성복도서관은 ‘다국어’를 특성화 주제로 내세우며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다.

특별한 경험이나 지식을 가진 사람을 ‘휴먼북’으로 등록하는 ‘휴먼 라이브러리’를 운영하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휴먼북은 책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지역의 다양한 인적자원을 발굴해 사회에 기여하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다양한 가치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 변화된 환경에 걸맞는 다양한 서비스 제공…전국 도서관 도서 대출권수 1위

이처럼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이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에 힘입어 용인시 관내 도서관 가운데 무려 10곳이 지난해 전국 도서대출권수 100위 안에 포함되는 영예를 안았다.

상현도서관은 도서 대출 69만6051권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고, 수지도서관은 58만5182권으로 9위를 차지했다. 수지도서관은 리모델링으로 인해 7개월간 임시 휴관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대출 권수를 기록, 도서관이야말로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생활시설임을 입증했다.

▲수지도서관에 조성된 북큐레이션홀 전경

읽고 싶은 신간을 동네서점에서 바로 빌려보는 ‘희망도서 바로대출제’나 지하철역이나 관공서에서도 책을 빌릴 수 있는 ‘디지털도서관’ 같은 제도는 시민들로 하여금 편안하게 도서관을 찾도록 하는 주요 요소다. 

여기에 다양한 배움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매월 색다른 온·오프라인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시민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용인시 공공도서관의 매력이다. 

▶사진은 모두 용인시 제공

이혁주 기자  tansol6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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